1. 유전적 · 환경적 결정론 19세기에는 문학작품을 반복될 수 없는 하나의 역사적 산물이라고 보고, 문학에 대하여 인 과율적 설명을 기하려는 방법론이 생트 뵈브와 이폴릿 텐에 의해서 체계화되고 실제 응용되기 시작했다. 실제 생틔 뵈브의 “내가 만들고 있는 것은 문학의 박물지이다 ····· 나는 이러한 모 든 문학 연구가 언젠가는 정신의 분류에 도움이 되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라는 말에서, 그 가 실증주의적 · 과학적인 비평에 마음이 끌리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는 특히 개인의 역 사, 즉 전기를 통하여 작품의 의미를 찾아냈으며 작품을 논함에 있어서 무엇보다 작품을 낳게 한 작가의 정신 상태에 대하여 상세히 아는 것이 필요함을 주장하였다. 작가에 대한 모든 의 문과 의문에 대한 답을 통해 문학작품을 해석하는 데 모두 소용이 된다고 보는 것이다. 이폴 릿 텐은 생트 뵈브의 과학적 객관성을 추구하는 방법에서 영향을 받아, 한층 문학 속에서 인 과의 결정론적 과정을 찾고자 한 비평가다. 그는 종족·환경·시기가 문학을 결정하는 세 요소라 고 했으며 그의 이러한 주장은 인간의 심리를 이해하는 것만이 아니라, 인간 행위의 원천을 탐구하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에 의하면, 종족은 유전적이며 선천적인 기질을 뜻한다. 인간은 기후나 주위의 사정에 적응하며 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특이한 기 질과 성격을 형성하게 된다. 해겔의 지적처럼, 17세기 네덜란드 화가들의 작품에서 낙천주의 와 밝은 색조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바다보다 얕은 국토라는 천연의 난경을 의지와 단 합으로 극복한 국민들 특유의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다. 이처럼 종족은 역사적 사건이 일어나 게 되는 가장 풍부한 원천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인간은 자신이 처한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 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인간은 이 세상에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자연과 또 다른 사람에 둘러싸여 있다. 그리하여 사회적이나 물리적인 환경이 거기에 떠맡겨진 인간의 성격을 침해하기도 하고 또는 굳세기도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풍토가 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마지 막으로 그는 외적 세력이 내부 세력에 영향을 미치는 시기를 중시했다. 사회가 조용할 때 보 다 격동의 시기에 위대한 영웅이나 사상가가 나타나듯이, 위대한 문학작품도 일제 압박이나 6·25 전쟁과 같은 격변하는 시대의 배경 속에서 태어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따라서 작품 의 진정한 의미는 그 작품이 쓰여진 시대적 · 사회적 배경에서 바탕을 두고 살필 때 이해가 가능하게 된다. 종족·환경·시기는 바꿔말하면 민족적 성격, 사회적 풍토, 역사적인 순간으로 바꿔말할 수 있다. 한 시대의 문학을 검토하는 일은 그러한 모습을 취하게 된 요인을 밝혀 내 는 일이 되는데, 예를 들면 허균과 같은 작가가 속한 조신인은 어떤 성격을 가진 종족인가 (종족), 그가 처한 16세기의 조선의 사회적 환경은 어떠했으며 (환경), 구체적으로 그가 《홍길 동전》을 창작하던 시기는 어떤 사회적 세력들이 교차하던 순간인가? (시기) 이러한 요인들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그 당시에 쓰여진 일체의 문헌과 유적을 검토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처럼 생트 뵈브와 이폴릿 텐의 연구 방법론은 역사학적 비평의 모체가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여기 에는 많은 한계가 있다. 이를테면, 민족성과 같이 몇 마디로 표현될 수 없는 개념을 설명하기 에 어려운 점 등이 그것이다.
2. 전기의 연구 작가의 전기(傳記)연구는 역사주의 비평의 여러 국면 중에서도 가장 중심 영역이 된다. 작품 은 작가의 거울이라고 보기 때문에 그 어떤 작품도 작가에 대한 지식이 없거나 한 인물이 등 장하게 된 배경으로서의 삶과 삶의 환경에 대한 지식 없이는 이해될 수 없다고 본다. 소설이 란 작가가 살아온 인생 체험의 반영이요 표현이라고 주장한 손창섭의 소설을 예로 들어보자. 그의 소설 속 인물은 가정과 사회에서 모두 버림받은 자들이 대부분이다. 정상적인 가정을 영위하는 사람, 직장 생활을 하며 내일에의 꿈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의 소설에서 이와 같은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것은 사실 손창섭 자신의 불우한 성장 과정과 50년 대라는 가혹한 역사적 시기가 함께 상승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전기 연구를 평가 하는 연구자는 특히 작품의 성패를 작가의 의도의 문맥에 비추어 판단하기 때문에 그 의도를 밝혀 줄 온갖 정보를 다 찾아내려 한다. 의도에 결함이 있을 경우에 결과에도 결함이 있게 된 다고 믿는 것이다. 이러한 예는 이효석의 문학을 논한 「위장된 순응주의」를 들 수 있다. 정명 환은 여러 자료를 통해, 이효석은 관례적인 도덕관과 사회질서를 중시했던 사람이라고 결론 짓는다. 그는 본래 아담한 집에서 부모를 섬기고 아내를 사랑하면서 안정된 직업을 가지고 살 기를 원한 사람이다. 다만 잠시 소시민적 생활의 불편을 잊기 위한 방편으로, 시골의 목가적 풍경을 보고 위안을 느꼈으며 양풍이 물씬한 호텔을 찾아가고 음악을 즐겼다. 바로 이때 그의 도피의 문학이 태어나게 됐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그 모든 도피의 시도처럼 보이던 것은 사 실은 인사이더로 사회에 뿌리를 박고 있으면서 아웃사이더의 제스츄어에 불과하다. 그 결과 그는 1930년대의 한국의 현실을 파헤친 작품이나 자아의 분열을 날카롭게 의식한 인물을 창 조하지 못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런 전기 문학의 연구에도 주의할 점이 있다. 바로 문학적 전 기는 단순히 연대기적 사실의 나열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비평가는 주어진 자료를 종 합하여 용해한 다음 자기가 해석하는 방향으로 작가의 정신을 재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즉, 한 작가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유기적으로 맺어 주기 위해서는 작품뿐만 아니라 에세이, 편 지, 일기, 전기 등의 글들이 광범위하게 이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전기(傳記)를 지나치 게 중시하다 보면 작품 해석에 오류를 범할 수가 있다. 해방 전에 나온 작품들을 항일 정신과 결부시켜 해석하려는 경향이 대표적인 오류인데, 이처럼 작품을 지나치게 작가나 그 시대와의 관계에서 이해하려 할 때 오히려 올바른 해석을 이루어 낼 수 없게 된다.
3. 문학적 전통과 관습 작가는 인생의 체험을 재현 또는 모방한다. 그런데, 그런 일을 하는 데는 형식상의 제한이 따르고, 언어로 표현해야 하는 문제가 따르기 때문에 인간 생활 자체를 그대로 옮겨 놓지 못 하고 많이 변형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이처럼 실생활과 달리 꾸며야 하는 일 때문에 문학 자 체의 원리를 따라야 하는데, 우리가 받아들이기로 동의한 어떤 전형적인 표현 방법을 문학적 관습이라고 한다. 사회적으로 공인된 관습은 문학 아닌 일상생활에서도 수없이 많은데 이 모 든 관습은 단일성 혹은 유사성을 이루게 한다. 관습을 따르지 않게 되면 상식을 벗어나 튀는 행동을 하는 사람처럼 보이게 되고, 운전사가 통행의 관습을 따르지 않으면 커다란 사고를 유 발하게 되는 것과 같이 사회에는 단일성을 지향하도록 하는 강한 힘이 분명히 있으며 그 힘은 사회 안정과 긴밀히 관련된 관습들이다. 이와 같은 관습의 문제는 문학에서도 동일하게 나타 난다. 그러나 이때는 우리가 그러한 관습들에 익숙해 있지 않기 때문에, 그것들이 어떤 특별 한 관습으로 생각될 뿐이다. 따라서 작가가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내고자 할 때, 거기에 어떤 관습들이 있는가를 잘 알고 그것을 독창적으로 잘 이용하지 않으면 안된다. 또한 조금만 유의 해서 작품들을 대해 보면 서로 유사한 주제, 인물, 플롯, 이미지, 상징 등을 발견할 수 있다. 인류가 보편적으로 겪는 삶의 경험에서 나오는 상징, 즉, 낮과 밤, 생과 사, 결혼과 사랑, 이 별 혹은 계절의 변화에서 오는 느낌이나 희노애락의 감정 등은 문학작품 속에서 문화나 전통 을 초월해서 보편적으로 느끼고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런 것에서 공유할 수 있는 것들 을 보편적 상징이라고 한다
4. 문학사의 기술 문학사란 한 민족의 정신적 흐름을 기술한 문학의 역사를 가리킨다. 그런데 문학이 독특한 표현이란 점에서 문학사는 다른 역사적 기술들과 다르다. 로버트 E. 스필러에 의하면, 정치사, 경제사, 문화사를 연구하는 다른 역사가들이 인간의 역사를 다루듯이, 문학사가의 직능은 문 학에 나타나는 인간의 역사를 기록하는 데 있다. 따라서 문학사가는 어느 정도는 반드시 언어 학자, 원본비평가, 문학비평가로 훈련되어야 하지만, 하나의 문학작품이 언제, 왜, 어떻게 존 재했고, 다른 문학작품이나 인간의 전체 역사에 대하여 그 작품이 지니는 관계는 무엇이었던 가와 같은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독자적인 기능을 갖는다. 문학사의 기술은 역사주의 비평가 의 궁극적인 목적이 된다. 문학사 기술의 가장 단순한 방식은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간적 순서에 따라 작품들을 배열해 놓는 것이다. 또한 문학은 언어를 통하지 않으면 태어날 수 없는데 옛것이라 해서 고전이 아니듯이 글로 쓰여진 것이 다 문학작품이 아니다. 문학은 일반적인 기술과는 다른 독특한 언어로 표현된 글이란 점에서, 문학사가의 관심의 대상이 되 려면 비평에 의해 그 가치가 인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특정한 시기와 제한된 지리적 공간에서 여러 유사성을 가진 작품이 쏟아져 나오는 현상은 문학사가 다루어야 할 독특한 대상인데, 문 학사를 기술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문학적 부분과 상호 관계로 이루어지는 전체로 파악하는 일이다. 좀 더 체계 있는 문학사를 기술하려면 가치 있는 문학작품으로 판정된 한 시대 또는 한 부류의 작품들을 시간적 연속체로 서로 관련시켜야 한다. 과거의 문학사는 대부분이 작가 가 속한 문화에서 원천을 찾고 작품 상호간의 영향이나 관련성을 고찰하는 방식에 의존해 왔 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문학 이외의 요소에 의한 인과론적 설명에 의존하게 될 때, 문학사 는 결국 시대적 가변성에 근거를 두고 고찰한 것이 된다. 이럴 때, 문학사는 르네 웰렉이 지 적했듯이 ‘문학 안에 열거된 사회사이거나 사상사 혹은 다소간에 연대순으로 정돈된 특정 작 품들에 대한 인상이나 판단’으로 구성된 것이 되기 때문에, 이 역시 진정한 문학의 역사를 다 루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문학사는 문자 그대로 ‘문학’이면서 ‘역사’를 다루어야 하기 때문에 그것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역사와는 달라야 한다. 역사는 대체로 과거에 일어났던 사실을 시 간의 흐름에 따라 인과관계로서 정리할 수 있지만, 많은 문학작품은 마치 역사적인 사건의 발 전이라는 의미가 중시되므로, 르네 웰렉이 언급했듯이 역사적 진보의 개념이 문제시된다. 따 라서 문학사는 단순한 사실의 나열에 그쳐서도 안 되고, 작품 외적 요인에 의해서 문학작품의 관련성을 추구하는 일에 머물러서도 안 된다. 문학은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시대에 따라 변하 는 역사성과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 작가는 과거로부터 계속되어 온, 변하지 않는 문학의 창조 원리를 완전히 거부하고 어떤 새로운 작품을 창조해 낼 수는 없다. 지금까지 지속되어 온 문학적 관습을 따르며 어느 정도만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낼 수 있을 뿐 이다. 그런 점에서 문학은 영구불변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시대에 따라 변 하는 역사성만이 아니라, 문학 자체의 불변적 요소의 관계를 수립해야 한다는 견해가 대두되 고 있는데, 르네 웰렉은 문학사를 여러 관계 도표에 따라 정리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렇게 볼 때, 문학사란 불변과 변화라는 두 의미의 상극을 한데 묶어 문학의 역사를 예술로서 정립 해야 하므로, 그만큼 문학사의 기술은 방법론에 있어서 어려워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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