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주의(formalism)란, 1915년-1930년 사이에 러시아에서 주장되었던 비평의 한 경향을 지칭하는 말이자, 작품의 문학성을 형식에서 찾아냄으로써 그 작품의 가치와 그 작품의 새로움을 동일화시키는 것이다. 이때, 문학성을 형식에서 찾아낸다는 말은, 무슨 내용이 들어 있는가보다 어떻게 얽어짜 놓았는가를 알아보는 데서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또한, 작품 자체의 복잡한 구조를 세밀하게 뜯어보는 일이기도 하다. 문학, 특히 소설은 형식에 의존하는 유기적 구조물이기 때문이다.
유기적 형태
문학에서 형식은 문학을 문학답게 하고 내용 전달을 좌우하게 되므로 작품평가의 기준은 작품 자체의 형식이나 구조에서 찾아야 한다. ‘어떤 부분들이 하나의 완전한 형상을 이루는가?’라는 질문에 따른 여러 견해를 살펴보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Poetics)>에서 문학작품을 하나의 유기체로 유추하여 고찰했다. 좋은 작품은 필요한 구성 요소를 다 구비하고 있고 그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마치 발달된 생명체의 조직처럼 전체적 형상을 이루는 것이라 본 것이다.
신비평가 I.A. 리처즈의 문학관에서는 텍스트는 생명이 있는 유기체와 마찬가지로 모든 구성 부분의 상호 작용을 통해 가능하다는 주장을 한다. 비평은 이론을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무엇보다 텍스트의 정독을 강조하며 평가보다는 상세한 분석이나 기술에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한다.
형식주의 비평가들은 예술작품의 자주성 혹은 자체 충족성을 믿었다. 형식주의 비평가들의 문학 연구의 중심과제란, 작품 전체의 관계 속에서 부분들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세밀히 살피고, 부분들의 독특한 조직으로서 단일한 전체적 형상을 알아보는 일이다. 이는 문학이 산출된 환경적 결정론을 문제 삼았던 실증적 역사주의 방법과 반대된다.
르네 웰렉, A. 워렌 <문학의 이론>에서는 하나의 작품은 그 자체만으로 그 의미를 밝혀 줄 모든 요소를 다 구비하고 있으니까 오직 작품 내부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조직형태에 주의를 기울이는 본질적인 연구 방법을 주장한다. 왜냐하면 하나의 작품은 그 자신의 특수한 법칙과 구조, 그리고 기술적 장치들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것들을 다른 무엇으로 치환시키지 않고 그 자체를 연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학작품은 이념을 전달하는 수단이거나 사회현실의 반영이 아니고 어떤 선험적인 진실의 구현도 아니다. 문학작품은 언어라는 그물로 짜인 하나의 물질적 사실이며, 따라서 그 기능은 마치 기계를 검사할 수 있듯이 그렇게 분석될 수 있다.
프랑스 상징주의자와 T.S 엘리엇은 기본 개념 3가지를 이야기한다. 문예 전통과 그 속에 함축된 문학사는 새로운 작품의 출현에 따라 재정리되고 있고, 현재에 의해 과거 자체가 변모되고 있다는 것, 예술가의 체험은 모두 그의 작품 속에 최종적으로 응집되므로 작품 자체가 독자의 당연한 관심사라는 것, 예술가의 정서와 개성은 그 자체로는 중요하지 않으나 예술 작품 속으로 사라진다는 것. T.S 엘리엇의 문학관의 ‘중요성’에 따르면 작가보다 작품이다. 문학은 ‘가장 완벽한 양식의 발언’이라며 I.A. 리처즈의 문학관인 해석과 판단의 근거를 텍스트의 분석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과 반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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