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골드만의 구조발생론적 분석
뤼시앙 골드만은 루카치와 지라르의 이론에 영감을 받아 작품의 구조가 사회집단의 의식구조와 같거나 어떤 관계가 있음을 밝히고 구조발생론적 분석이라고 명명했다. 이에 힘입어 문학사회학은 리얼리즘 위주의 논의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골드만은 소설을 문제적 주인공이 타락된 사회에서 타락된 방식으로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과정의 이야기라고 정의했다.
이 정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조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골드만은 자본주의 사회 체계에서 모든 상품이 그것의 유통 속도에 의해 결정되는 교환가치가 사물이 지니고 있는 실질적이고 진정한 가치인 사용가치보다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사회 체계를 타락한 사회라고 말한다. 이런 사회에서도 사용가치만을 위해 상품을 생산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이 만든 물건들 역시 타락된 사회의 가치관에 의해 사용가치보다 교환가치로 유통된다.
이런 사회 체계 안에서 주인공의 타락된 방식은 진정한 가치가 비표면적인 차원으로 환원되어 사라져 버리는 간접화 현상으로 나타난다. 그런 점에서 소설의 주인공은 진정한 가치를 추구한다는 면과 타락한 방식으로 가치를 추구한다는 면에서 사회와 대립과 동질성이라는 이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따라서 골드만이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작품의 구조 자체가 어떤 사회적인 의미를 띠고 있는가? 이며, 작품의 스토리 자체는 어떠해도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바흐틴의 대화주의
바흐틴의 문화사회학은 기교와 문학성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문학을 일상적 삶과 유리시킨 형식주의와 지나치게 삶을 강조함으로써 문학을 이데올로기의 시녀로 전락시킨 마르크스 주의, 이 둘의 문제점을 보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바흐틴은 형식주의자의 견해에 반대하며 사회적인 것이 개인적인 것보다 우월하다고 강조했다. 바흐틴은 시가 주관적이고 희곡이 다분히 독백적인데 반하여 소설은 대화적이기 때문에 다성적이고 언어의 다중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보았다.
소설의 작중인물들은 작가에 의해서 통제받지 않고 비교적 자유롭게 행동하고 사고한다. 그런 점에서 소설만이 ‘다성성’이 가장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유일한 문학 형태이다.
바흐틴의 문학관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적 열쇠는 다름 아닌 카니발이다. 카니발은 웃음과 패러디를 통해 지배계층의 권위와 전통을 파괴함으로써 모든 대립되는 것이 뒤섞인 세계를 마련하는 장이다. 괴이하고 우스꽝스러운 말과 행동을 자유롭게 나누며, 삶뿐만 아니라 죽음까지도 감싸 안는 ‘웃음’의 미학이 있다.
이같은 바흐틴의 카니발화의 개념은 그의 대화 이론의 핵심적 개념들인 ‘이어성’, 혹은 ‘다어성’ 등과 본질적으로 그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이런 카니발화의 원칙은 좁게 그의 소설 이론, 넓게는 그의 문학 이론이 원칙과 거의 상응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패러디는 카니발화된 장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며, 패러디 소설의 절정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이다. 바흐틴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속에서 엄숙주의의 시대인 중세 이후의 사라졌던 카니발의 성격이 ‘다성적 언어의 미종결된 대화적 상호작용’으로 내제화되어 나타난 것을 밝히기도 했다.
3. 영미문학의 다성성
20세기 초반에 문학에 나타난 두드러진 변화는 19세기의 리얼리즘에서 모더니즘으로의 전이였다. 모더니즘은 소수의 엘리트 중심의 미학으로서, 실험적이고도 내면의식을 관조하는 주관적인 생채의 문학작품을 주도했다. 이후 21세기로 넘어오면서 영미문학은 바흐틴의 용어인 다성성으로 혹은 문화 다원주의라고 일컬을 수 있다.
19세기의 소설은 리얼리즘 혹은 자연주의가 그 주된 기법이었다. 상징주의, 다다이즘 등의 세기말 풍조를 거쳐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중산계층의 엘리트들은 자신만의 정신세계를 구축하고자 노력한다. 19세기부터 사회전반을 주도하던 식민제국주의라는 정치, 경제적 상황을 뒤로 한 채 그들은 새로운 미학의 가능성을 실험해 보고 주관적 내면세계 속으로 탐닉한다.
구 식민지 출신의 코스모폴리탄 작가들은 어느 세계에도 속하지 않는 독특한 미학과 객관적 시각을 지니고 있다. 이들 시각의 잡종성 혹은 혼혈성은 탈식민주의의 이산성에 의해 나타난 새로운 유형이라 할 수 있으며, 현대 영문학에 새로운 활력과 상상력을 제시해 준다.
미국의 문화다원주의는 소수민족의 문학의 부흥을 가져왔다. 이민자의 나라인 만큼 문화적 유산도 다양하다. 이외에도 2차 세계대전 이후 급격히 늘어난 아시아계 이민자들 또한 정착함에 따라 아시아계 작가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 주변의 제반 현상을 보는 또 다른 시각은 포스트모던적 관점이다. 거대 자본주의의 틀 속에서 과학기술의 발달은 우리의 의식과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사이버 공간이 생겨나면서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독자에게 내놓기 위해 기존의 ‘책’이라는 형태에 의존하지 않기 시작했고, 기존의 문단에서 인정받은 소수의 선별된 작가만이 글을 쓰는 것도 아니게 되었다.
사이버 공간의 예술은 전통적 개념의 저자가 죽고 새로운 독자/저자의 탄생을 의미하는 다성성의 공간이 되었다.
이렇듯, 카니발 축제에서 계급적 헤게모니가 해체되고, 상반된 개념에 대한 경계가 허물어지듯이, 현대문학의 흐름은 여러 장르에서 카니발화가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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