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 배경이야기
잃어버린 고리
얼음이 프렐요드에 그 이름을 붙여주기 전, 그곳에는 경이로 가득한 땅이 존재했다. 한때 나르의 눈에 비친 세상이었다.
활기 넘치는 어린 요들 나르와 나르의 종족은 북쪽 땅의 강인한 부족들과 뒤섞여 살아갔다. 나르는 눈에 발자국이 겨우 남을 정도로 작았지만, 성질은 자신보다 열 배는 더 큰 짐승들과 맞먹을 정도라 뭔가 잘못되면 욕을 내뱉으며 폭발하고는 했다. 이 때문에 나르는 필멸자들과 거리를 두고 사는 지혜로운 거대 생명체들에게 더 친근감을 느꼈다. 나르에게 그들은 흰색 털이 난 덩치 큰 요들처럼 보였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부족민들이 식량을 찾아 툰드라를 뒤지며 야생 열매와 맛있는 이끼를 모을 때, 나르는 좀 더 본질적인 전리품을 수집해나갔다. 돌이나 자갈, 죽은 새의 지저분한 잔해 같은 것들이었다. 나르가 가장 아끼는 보물은 드류바스크의 턱뼈였다. 턱뼈를 차가운 땅에서 끄집어낸 순간, 나르는 신이 나 소리를 지르며 온 힘을 다해 턱뼈를 멀리 내던졌다.
턱뼈는 두어 걸음 먼 곳에 떨어졌다.
처음 만끽하는 성공에 신난 나르는 자신의 '부메랑'을 어디든 가지고 다녔다. 세상에는 반짝이는 보푸라기, 달콤한 꿀, 동그란 물건처럼 나르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가져다줄 만한 것들이 많았지만, 아끼는 무기를 던졌다가 받을 때만큼 순수한 기쁨을 선사하는 물건은 없었다. 나르는 이제 자신을 사냥꾼이라고 여기며 작은 요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는 야생 짐승 떼를 뒤쫓아 다녔다.
하지만 그런 나르조차 북쪽 땅에 다가오는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 하늘은 더욱 어두워진 것 같았고, 바람은 더욱 매섭게 느껴졌다. 한때 함께 식량을 찾던 필멸자 부족들은 이제 서로를 사냥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얗고 덩치가 큰 요들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알 것으로 생각한 나르는 그들에게 향했다.
나르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사냥 기술을 동원해 그들의 흔적을 따라 광활한 산맥의 눈 덮인 산봉우리로 올라갔다. 이렇게까지 멀리 온 것은 처음이었다. 몰래 다가가자 셀 수 없이 많은 필멸자들이 보였다. 신나는 일이었지만, 그중 누구도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그때 땅이 흔들리더니 갈라졌다. 나르는 살면서 처음으로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성질을 내는 것 같다고 느꼈다. 필멸자들이 소리를 지르고, 덩치 큰 요들들은 포효했다.
하지만 괴물이 나타나자 침묵만이 남았다.
심연이 열리고 그곳에서 기어 올라온 괴물은 거대한 뿔을 달고 촉수를 휘둘렀다. 기이한 빛으로 타오르는 외눈은 나르의 등털을 쭈뼛하게 만들었다. 몇몇 필멸자들이 달아났고 나르의 가슴에 이상한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치 부메랑을 잃어버리거나, 다시는 포옹을 받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끔찍한 괴물이 자신의 새로운 친구들을 해치려 하고 있었다.
그 사실에 화가 난 나르는 그 순간 진심으로 분노했다.
나르의 눈에는 괴물밖에 보이지 않았다. 순식간에 나르는 괴물을 향해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한쪽 발에는 눈덩이를 쥔 채였다… 적어도 나르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 눈덩이가 아닌 산비탈에서 뜯어낸 바위였다. 나르가 거대하고 하얀 요들만큼 커진 것이다. 나르는 괴물의 얼굴을 세게 쳐서 괴물을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나르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 순간 그 어떤 겨울보다도 차갑고 매서운 한기가 나르를 덮쳤다. 공기조차 얼어 버릴 듯했다. 이 원소 마법은 나르의 텁수룩한 털 속을 날카롭게 파고들며 나르를 그 자리에서 얼려 버렸다. 괴물은 물론 모든 것이 침묵에 빠졌다. 나르의 힘과 분노 역시 모두 녹아 사라졌다. 팔다리에 깊은 피로가 몰려들자 나르는 조용히 잠에 빠졌다.
오랫동안 잠들어 있다 마침내 깨어난 나르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어깨에서 서리를 털어 냈다. 하지만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맞서 싸울 괴물도, 지켜야 할 친구도 없게 되자 나르는 다시 아주 작고 외로운 존재가 된 것 같았다.
세상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나르의 커다란 눈에 비친 세상은 온통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래도 자신의 옆에 소중한 부메랑이 놓여 있는 걸 발견한 나르는 기쁨의 비명을 지르며 종종걸음으로 사냥감을 찾아 나섰다.
아직까지 나르는 그 운명의 날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신이 어떻게 빠져나온 것인지 짐작도 하지 못한다. 그저 수집할 만한 물건과 탐험할 장소가 가득한 눈앞의 세상에 감탄할 뿐이다.
단편소설
사냥당한 사냥꾼
정글은 어리석은 것들에겐 자비를 베풀지 않지. 부러진 가지 하나쯤이야, 하고 무시하고 돌아다니는 만사태평인 놈들. 어떤 상황에서도 긴장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부주의한 녀석들 말이야.
이 정글은 이미 나한테 접수된 지 오래. 시시한 사냥감들 덕분에 한적하고 지루한 나날들이 계속되었다. 그래, 내가 놈의 흔적을 발견하기 전까진 말이야. 그 커다란 발자국을 통해 녀석의 발톱을 처음 만났지. 필시 언월도처럼 육중하고 날카로울 거야. 거기 걸리면, 사람 따윈 순식간에 반 토막이 날 것 같았다. 드디어 흥미로운 사냥감이 등장한 걸까?
나는 즉시 그놈의 자취를 추적하기 시작했고, 놈이 지나간 자리마다 충격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거목들, 영겁의 시간 동안 굳건히 서서 이 땅을 수호했던 나무들이 어지러이 쪼개져 있었다. 조잡한 도끼를 든 멍청한 놈들이긴 했지만 수많은 인간이 이 거목을 베겠다고 찾아와서는 나무 밑동에 상처 하나 남기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토록 단단한 거목들을 가느다란 나뭇가지인 양 짓밟고 지나가다니. 도대체 넌 누구냐?
그놈의 흔적은 신기하게도 계속해서 끊기기 일쑤였다. 지나다닌 곳마다 이렇게 처참한 꼴을 만들어놓고 갑자기 증발한 것 마냥 흔적이 끊기다니. 폭풍같이 휘몰아치다 이슬처럼 사라지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아아! 내가 곧 놈을 마주하리라! 너는 내 인생 최고의 전리품이 되리라!
상상만 해도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나무들이 죄다 쓰러져서 생긴 텅 빈 공터에서 시냇물 소리를 들었다. 소리가 아주 가까이서 났다. 조금 걸었더니 냇가에 다다랐고 거기서 작고 복슬복슬한 주황색 털 뭉치를 발견했다. 녀석은 쪼그려 앉아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멀찍이 떨어져 잠자코 그 자그마한 생명체를 지켜보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작은 물고기 하나가 수면 밖으로 튀어 오르자, 거의 동시에 그 털 뭉치 녀석이 물살을 향해 뛰어들었다. 저 녀석 요들이었어? 꽤 재빠르잖아? 게다가 나름 사냥꾼이라니!
아주 좋은 징조야. 그놈을 곧 찾을 수 있겠군. 놈은 이미 내 손아귀에 든 쥐다.
그런데 이상했다. 냇가로 올라온 고 요들 녀석이 나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이 아닌가? 녀석은 큰 귀를 쫑긋 세우고, 한 손에는 뼈로 만든 부메랑을 쥐고 있었다. 이윽고 네 다리를 이용해 내 앞으로 달려와서는 뭐라고 자꾸 쫑알대기 시작했다. 뭐라는 건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잘 있어라, 나는 사냥감을 찾아 떠나야만 한다. 어린 요들에게서 발길을 돌린 나는 장애물처럼 높은 바위를 훌쩍 뛰어넘어 사냥감의 흔적을 계속해서 추적해 나갔다. 놈의 냄새를 포착하는 데 모든 정신을 집중하자. 눈을 감고 킁킁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괴상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아, 아쉽게도 범인은 아까 그 요들 녀석.
이 꼬마가 여기까지 왜 따라온 걸까? 모르겠다. 어쨌든 사냥에 방해만 될 뿐이야. 나는 녀석과 눈을 맞춘 뒤에 손가락으로 저 먼 곳을 가리켰다. 계속 저쪽으로 가라는데도 자꾸만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구나. 혹시 못 알아듣는 건가? 강하게 나가야겠군.
한 걸음 물러서서 포효를 내지르자 요들 녀석의 털이 마구 나부끼고 발 아래의 땅이 우르르 쾅쾅 울렸다. 얼마 후, 녀석이 고개를 돌리더니 작은 미소 같은 걸 지으면서 내 앞에 부메랑을 들어 보였다. 지금은 이럴 시간이 없어. 난 녀석의 부메랑을 낚아채서, 저 앞에 보이는 나뭇가지 사이로 던져버렸다. 부메랑은 나무의 몸통에 깊이 꽂혔고, 녀석은 곧바로 부메랑을 쫓아 뛰어가 버렸다.
그리고 한 열 걸음 걸었을까? 갑자기 뒤에서 울려 퍼지는 거친 포효에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사방에서 바위와 나무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 귀가 얼얼할 정도였다. 눈앞에서 거대한 나무 하나가 쓰러지며 내 앞길을 막았다. 나무 몸통에 꽂혀 있는 건 요들 녀석의 부메랑.
등 뒤에선 섬뜩한 으르렁 소리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야말로 어리석었군.
성장배경
쉽게 흥분하는 요들인 나르는 익살스러운 장난을 치다가도 어린아이 같은 변덕을 부려 벌컥 화를 내며, 그럴 때면 순식간에 거대한 몸집의 야수로 변하여 주변을 마구 때려 부순다. 수천 년 동안이나 얼음 정수에 갇혀 있다가 풀려난 터라, 지금의 세계는 나르에게 진기하고 경이로운 세상이다. 호기심 많은 나르는 위험이 닥치면 오히려 즐거워하며, 뼈이빨 부메랑이든 뿌리째 뽑은 나무든 닥치는 대로 집어 들어 적에게 던진다.
챔피언별 관계도
렝가는 미니 나르가 메가 나르로 변신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 욕을 본 케이스다.
누누와 윌럼프 업데이트 후 누누와 윌럼프가 나르의 관계도에 추가되었다. 나르의 배경에 나오는 "필멸자들과 거리를 두고 사는 지혜로운 거대 생명체들"이 설인 윌럼프와 같은 종족인 것으로 보인다.
구 배경상으로 고대에 나르를 공격했던 냉기 수호자를 따르는 리산드라와 그 마수를 간파하고 나르를 봉인시킨 애니비아는 나르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었지만, 정작 이들은 관계도에 포함되지 않았다. 반면 오랫동안 현실과 단절되었다는 공통점이 있기는 해도 그 외의 접점은 없던 룰루와 나르와의 직접적인 관계를 전혀 알 수 없는 하이머딩거가 관계도에 있었으나, 이들은 누누와 윌럼프 업데이트를 기점으로 관계도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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